하동 악양에서 하루를 보냈다면 가까운 위치에 있는 화개장터와 쌍계사 방문을 해 보세요. 화개장터는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경상도와 전라도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724년 신라시대에 창건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십리벚꽃길은 국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로 꼽힙니다. 저희 부부는 악양에서 멀지 않은 이곳을 자주 찾는데, 5일장과 달리 매일 문을 여는 시장이라 주말이면 언제든 들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화개장터의 모습과 주차 팁
화개장터를 처음 방문하는 분들은 규모에 실망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실제로 제가 직접 가봤을 때도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약간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산나물과 약초 향이 가득한 옛 풍경은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감이 있었습니다. 저는 화개장터에서 말린 국화차를 자주 구매합니다. 따뜻한 물에 우려먹으면 그 향이 매우 좋습니다. 곳곳에 도자기와 찻잔을 파는 가게들이 옹기종기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곳에서 도자기나 찻잔을 자주 구매하는 편입니다. 과일이나 간식을 담아 먹기에도 좋고, 찻잔을 직접 만들어 파는 상점들이어서 독특한 디자인이 많습니다. 하나씩 사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1988년 조영남이 발표한 '화개장터' 노래로 유명해진 이곳은 지금도 그 노랫말처럼 각설이 공연과 엿장수 장단이 이어지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엿장수를 보고 어리둥절해하던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인기가 많은 곳인 만큼 주차는 주말에 제법 까다로운 편입니다. 화개천 둔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무료이고 보도로 5분 정도만 걸으면 되니 가장 추천합니다. 유료 주차장도 있는데 1시간은 무료이고 1시간 초과 시 30분당 500원이 추가됩니다. 성수기에는 유료 주차장도 만차가 되니 오전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십리벚꽃길과 쌍계사 불일폭포 트레킹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십리벚꽃길은 명품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여기서 십리란 옛날 거리 단위로 약 4km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화개천을 따라 벚나무가 터널처럼 이어지는 길이 4km에 달한다는 뜻입니다. 봄에 방문하면 꽃비를 맞을 수 있고, 여름에도 화개천으로 내려갈 수 있는 데크로드가 잘 되어 있어 발을 담그며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벚꽃이 만개할 때 가봤더니 밤에도 라이트 조명을 아래에서 쏘아 올려 하얀 꽃들이 알록달록 예쁘게 반사되어 보였습니다.
쌍계사는 724년 신라 성덕왕 시대에 창건된 천년 고찰입니다. 삼법스님이 '지리산 눈 쌓인 계곡 중 칡꽃이 피어 있는 곳에 정상 자리를 모시라'는 꿈의 계시를 받고 호랑이의 인도로 터를 잡았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840년에는 신라 문성왕 때 증감선사가 대웅전을 세웠고, 임진왜란 때 소실된 후 1632년 조선 인조 시대에 중건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쌍계사에는 국보인 진감선사대공탑비를 비롯해 보물 9점, 지방문화재까지 총 30여 점의 문화재가 있습니다. 특히 887년 신라 정강왕의 지시로 최치원이 비문을 짓고 쓴 진감선사탑비는 총 2,423자의 글자 속에 증감선사의 생애와 사상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쌍계사를 제대로 즐기려면 불일폭포 트레킹을 추천합니다. 왕복 4.8km로 생각보다는 가파르고 긴 코스입니다. 제가 두 아이를 데리고 주말에 몇 번 간 적이 있는데, 올라갈 때 징징대던 아이들이 폭포를 보고 감탄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만약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십리벚꽃길 데크 산책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쌍계사와 화개장터를 방문하기 좋은 시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봄(4월 초): 십리벚꽃길 만개 시기, 연인들에게 최고의 데이트 코스
- 여름(7~8월): 화개천에서 물놀이 가능, 데크로드 산책하기 좋음
- 가을(10~11월): 단풍과 함께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 감상
- 겨울: 비교적 한산하며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음
솔직히 화개장터는 호기심으로 잠시 들르는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규모가 작고 전매장이 천편일률적이라 특별한 기념품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십리벚꽃길과 화개천의 풍경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데이트할 때 이곳을 자주 왔는데, 여름에 화개천에 발을 담그고 앉아 있으면 세상 시름이 다 잊혀집니다. 다음 방문 시에는 불일폭포까지 트레킹을 계획해 보시길 권합니다.
인근 섬진강의 별미와 지리산 산채 정식
화개장터 인근에는 섬진강의 별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화개장터 내에는 재첩국을 파는 식당도 있는데 이 곳에서는 재첩국 정식, 재첩회무침 등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이 맛있기로 소문나 있습니다. 또한 TV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민물요리 전문점도 있는데 이곳은 우거지가 들어간 참게탕이 유명합니다. 국물이 걸쭉하고 보양식을 느껴보고 싶다는 이곳도 한번 가보면 좋습니다. 자연산 민물고기를 파는 횟집도 있습니다. 이곳은 은어튀김을 같이 파는데 비리지 않고 담백한 맛이 있습니다.
쌍계사 인근에는 건강함을 담은 산채 정식을 파는 식당들이 많습니다. 쌍계사 입구에는 넓은 주차 공간이 있는데 바로 앞에 정식을 파는 집들이 몇 군데 있습니다. 이곳에는 단체 손님들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30년 전통의 맛집입니다. 저희 가족은 여기서 산채 비빔밥을 먹거나 양념이 짭짤하게 잘 밴 더덕구이를 먹는 걸 좋아합니다. 감자전과 사찰국수를 파는 곳도 있으니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