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대교를 건너는 순간, 이미 여행은 시작됩니다. 회사 복지로 연계된 쏠비치 숙소 덕분에 반신반의하며 가족끼리 1박 여행을 떠났는데, 막상 다녀오고 나니 이 섬이 이렇게 꽉 찬 곳인지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삐에르랑디 공원부터 셋방낙조, 진도타워까지, 진도는 기대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여행지입니다.
삐에르랑디 공원, 지나치기엔 아까운 첫 관문
진도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편에 작은 공원이 하나 보입니다. 삐에르랑디 공원입니다. 일반적으로 그냥 쉬어 가는 포토스폿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제가 직접 들러보니 이곳이 가진 역사적 맥락이 있어 의미 있었습니다.
삐에르랑디는 1971년부터 1975년까지 주한 프랑스 대사를 지낸 인물입니다. 그가 1975년 진도를 방문했다가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장면을 목격하고, 이를 프랑스 신문에 소개하면서 진도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각되었습니다. 공원 안에는 그의 흉상과 기념비가 세워져 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소박하기도 했고 이런 업적을 기념한다는 게 처음엔 살짝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흉상 앞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신비의 바닷길이 펼쳐지는 갯벌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는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드는 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신비의 바닷길은 조석 간만의 차(tidal range)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연현상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여기서 조석 간만의 차란, 밀물과 썰물의 수위 차이가 극대화될 때 바닷속 지형이 드러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진도의 경우 이 차이가 특히 크게 나타나 약 2.8km에 달하는 바닷길이 열린다고 하는데 저도 보지는 못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었습니다.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있고, 실제로 머무는 시간은 15~2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쏠비치로 이동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서, 저처럼 숙소 들어가기 전에 슬쩍 들르기에 딱 좋은 구조입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가기보다는 동선에 포함해 가볍게 들르는 계획을 추천합니다.
셋방낙조전망대, 진도의 하이라이트를 직접 검증하다
"진도에서 일몰을 보려면 셋방낙조전망대를 가라"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연한 기대와 실제 눈앞의 풍경은 다를 수 있잖아요. 제가 직접 가보니,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지금도 기억이 날 정도로 또 가고 싶은 곳으로 추천합니다.
셋방낙조전망대로 향하는 해안도로는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이름을 올린 구간입니다. 이 사실을 현장에서 남편에게 들었는데, 그 말을 듣고 나서 그런지 더 좋게 느껴졌습니다. 사람은 참 이상해서, 누군가 인정받은 경치라는 말 하나에 감동의 크기가 달라지더라고요.
다도해(多島海)라는 개념이 여기서 본격적으로 실감 납니다. 다도해란 크고 작은 섬들이 촘촘하게 분포한 바다를 뜻하는 지리학 용어입니다. 진도 앞바다는 수백 개의 섬이 층층이 늘어서 있어, 해가 질 때 섬과 섬 사이로 빛이 걸리는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그 풍경을 보니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주말에 방문했더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습니다. 데크, 즉 목재로 조성된 관람 보행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비교적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주차는 아래 주차장에 하고 올라오는 편이 낫습니다. 일몰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해지기 30분 전에는 도착해 있는 것이 좋습니다. 해가 진 뒤 30분까지도 하늘이 붉게 물드는 시간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셋방낙조전망대 방문 시 챙겨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방문 당일 일몰 시각을 사전에 확인할 것
- 해지기 최소 30분 전 현장 도착 권장
- 주차는 하단 주차장 이용 후 도보 이동
- 제2전망대는 계단이 많지만 더 높은 시야 확보 가능
- 주말 방문 시 혼잡하므로 평일 방문이 더 쾌적함
진도타워와 명량해상케이블카, 기대와 현실 사이
진도타워에 대한 기대는 케이블카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케이블카는 남해나 여수 등에서 많이 타봐서 그런지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울돌목(명량해협) 상공을 가로질러 진도에서 해남으로 건너가는 명량해상케이블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출발지와 도착지의 행정구역이 다른 케이블카입니다. 쉽게 말해, 전남 진도군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내릴 때는 전남 해남군 땅에 발을 딛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탑승해 보니, 울돌목 위를 공중에서 가로지를 때의 감각은 꽤 실감 납니다. 아래로는 진도대교와 남해의 다도해가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오고, 물살이 거센 울돌목 해협이 발아래에서 꿈틀거리죠. 울돌목은 이순신 장군이 1597년 명량대첩에서 단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물리친 역사적 해협입니다. 조류(潮流)가 특히 강한 구간으로, 조류란 조석 간만의 차에 의해 발생하는 바닷물의 흐름을 말합니다. 이 빠른 물살이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울돌목의 지형적 특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남 쪽에 내려서는 울돌목 수면 위에 설치된 스카이워크(skyway)를 걸을 수 있습니다. 스카이워크란 강화유리 바닥으로 만들어진 공중 보행로를 뜻합니다. 제가 경험해 본 스카이워크 중에서 이곳이 가장 무서웠는데, 발아래로 회오리 물살이 굉음을 내며 흐르는 장면이 유리 너머로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 느끼고 싶고 아찔한 경험을 좋아하는 분께는 적극 추천합니다.
진도타워 자체는 총 7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층 홍보관과 특산물판매장, 2층 진도역사관과 사진관, 3층 카페, 4층 명량 MR 시네마, 5~6층 레스토랑, 7층 전망대로 나뉩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000원인데, 카페나 레스토랑을 이용해도 별도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7층 전망대에서 해남 방향 바다를 내려다보면, 울돌목 회오리 물살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됩니다. 쏠비치에 숙박하는 경우 케이블카 할인 혜택이 적용되니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남도여행을 하고 싶다면 진도도 꼭 들리기를 추천합니다. 삐에르랑디 공원에서 시작해 셋방낙조의 붉은 하늘을 보고, 울돌목 위 케이블카에서 남해를 조망하고 나면, 왜 두 번, 세 번 찾는 사람들이 있는지 이해가 됩니다. 진도에 하루를 쓸 계획이라면, 도착 후 삐에르랑디 공원 → 셋방낙조전망대 일몰 → 진도타워와 케이블카 순서로 동선을 잡으면 효율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