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울 때 부모들이 많이 찾는 곳이 숲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들이 어릴 때 편백나무가 있는 숲이라면 일부러 찾아가곤 했습니다. 당시 피톤치드가 아토피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인기가 있었지요. 저도 남도 지역의 휴양림을 쭉 적어 놓고 주말마다 시간나면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했습니다. 그때 알게 된 곳이 장성 축령산 편백숲입니다. 여름의 푸른 기운을 느끼면서 산림욕도 즐기고 싶어 가족과 함께 가 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추암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걸었던 경험과 축령산을 만든 임종국 선생의 이야기 등 방문 전 알아둘 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추암주차장에서 시작한 축령산 편백숲 산책
편백숲을 산책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기 때문에 잘 알아보고 가면 좋습니다. 저희 가족은 추암 방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축령산 편백숲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출발하자마자 오르막길이 나오고 둘째는 얼마 걷지 않았는데 힘들다며 징징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아이에게 하늘을 향해 쭉 뻗은 나무들을 한번 보라고 말했습니다.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올려다보며 걷다 보니 조금 전까지 힘들다고 하던 아이도 어느새 주변을 구경하였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깔끔하게 정비된 데크길이 나옵니다. 돌이 많은 험한 산길은 아니기 때문에 가족들이 아이들과 걷기에 한결 편했습니다. 발밑의 돌을 잘못 밟거나 넘어지지 않을까 계속 살피지 않아도 되고 숲의 풍경을 여유롭게 볼 수 있었어요.
여름이었지만 울창한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어 햇볕을 바로 받는 구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아주 덥지는 않았지만 습도가 높아 땀은 비 오듯 쏟아졌어요. 여름에 간다면 물과 수건은 꼭 챙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하자 둘째가 "드디어 왔다!" 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올라오는 동안에는 힘들다고 했지만 끝까지 걸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뿌듯했나 봅니다.
2. 임종국 선생이 평생을 들여 만든 편백숲
축령산을 걸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숲에 담긴 역사입니다. 이곳은 원래부터 울창했던 자연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오랜 노력으로 만들어진 숲이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한국의 조림왕'으로 불리는 춘원 임종국 선생은 1956년부터 사재를 들여 축령산에 삼나무와 편백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전쟁 이후 황폐해진 산에 수십 년 동안 나무를 심고 가꾸었고, 그 숲이 지금은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장성의 대표적인 장소가 되었지요.
국립장성치유의 숲 안내에 따르면 임종국 선생은 약 20년넘게 축령산 일대 570ha에 280만여 그루를 심었다고 합니다. 개인의 재산과 시간을 들여 민둥산을 숲으로 바꾸었다는 이야기를 알고 나니 높게 자란 나무 한 그루도 다르게 보입니다.
우물터 부근 느티나무 아래에는 임종국 선생이 수목장으로 안장되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손끝에서 시작된 숲에 다시 그 사람이 돌아와 쉬고 있다는 사실이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고 존경스럽더군요. 오랜 세월 숲을 일군 마음이 존경스럽고, 한편으로는 기적처럼 느껴졌습니다.
숲길 곳곳에서 발견한 곤충호텔도 기억에 남습니다. 나뭇가지와 솔방울 등을 이용해 만든 작은 공간으로, 곤충이 겨울을 나거나 잠시 쉬어 갈 수 있도록 마련했다고 합니다. 사람만 쉬는 숲이 아니라 작은 생물도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점을 아이와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 국립장성숲체원과 산림치유 프로그램 이용 팁
축령산 편백숲을 걷고 나니 몸은 땀으로 젖었지만 기분은 오히려 가벼워졌습니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해충과 미생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물질입니다. 산림욕이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있어서 그런지 저 역시 숲의 향과 그늘 속에서 천천히 걷는 시간이 주는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국립장성숲체원은 방장산에 있는 본원과 축령산의 국립장성치유의숲을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방장산 본원에는 숙박동과 교육시설이 있으며, 축령산에서는 숲길 걷기와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두 곳은 같은 장소가 아니므로 함께 방문하려면 이동 거리와 운영 시간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저희는 이날 별도의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않고 자유롭게 편백숲을 걸었습니다. 다음에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예약해 숲을 조금 더 깊이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지인이 추천한 코스는 미로의 숲에서 산림치유센터로 이어지는 데크길입니다.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고 편백 향을 느끼며 천천히 걷기 좋다고 합니다. 저희가 이용한 추암 방향 외에도 모암, 대덕, 금곡 등 여러 진입로가 있으므로 아이의 나이와 걷는 시간을 고려해 출발 지점을 정하면 효율적입니다.
장성 축령산 편백숲은 아이와 무리하지 않고 자연을 느끼며 걷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전망대까지 걷고 싶다면 추암 방향을, 완만한 숲길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산림치유센터와 연결된 데크길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있으니 미리 한번 알아보는것도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