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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걷는 목포 근대역사여행 : 근대역사관 1·2관과 동본원사 목포별원

by ssjgfamily 2026. 8. 1.

목포는 제가 사는 곳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는 도시인데도 이상하게 자주 찾지는 않았지요. 예전의 제게 목포는 조금 딱딱하고, 크게 번창하지 않은 오래된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어떤 책에서 목포소개 글을 보고 역사를 알고 한번 방문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목포가 1897년 개항 이후의 역사를 먼저 알고 걸어보니 낡아 보이던 건물과 골목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죠.

역사 속 수탈의 아픔과 근대의 발전을 함께 해 온 만큼 목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도심을 천천히 걷다 보니 예전에 책에서 읽었던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표현이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붉은 벽돌 속에 남은 역사, 목포근대역사관 1관

첫 번째 코스는 구 목포 일본영사관 건물을 활용한 목포근대역사관 1관입니다.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붉은 벽돌 외관이 눈에 띄었습니다. 목포근대역사관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건물 안에는 일제강점기 목포가 겪었던 역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오래된 외관과 달리 내부는 제법 세련됐고 전시도 잘 정돈돼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목포라는 이름이 생긴 배경부터 개항 이후 도시가 변화한 과정까지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큰아이는 당시 번화했던 목포의 모습을 재현한 입체 조형물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옛날 목포가 생각보다 큰 도시였네요.”

아이의 말을 들으니 저도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글로만 읽을 때보다 항구와 도로, 건물이 연결된 모습을 직접 보니 당시 목포의 풍경이 훨씬 실감 나더군요.

2층 벽면에는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수많은 이름을 바라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건물 뒤편에는 1944년에서 1945년 사이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방공호도 있었습니다. 미군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지만, 내부에는 강제노역의 흔적도 남아 있었습니다. 좁고 차가운 공간을 직접 바라보니 마음이 짠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재미있게 본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촬영지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오래된 나무계단을 보는 순간 드라마 속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역사관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살펴보니 생각보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해설사도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시간을 미리 확인해 해설과 함께 관람해 보고 싶었습니다.

세 종교의 시간을 품은 동본원사 목포별원

목포근대역사관 1관을 둘러본 뒤 동본원사 목포별원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동본원사 목포별원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 종교의 역사를 품어온 건물입니다. 처음에는 일본 정토진종 대곡파의 사찰인 목포별원으로 세워졌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한국 불교 사찰인 정광사로 이용됐고, 이후에는 목포중앙교회의 예배당으로 사용됐습니다. 현재는 시민들이 전시와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 건물에 일본 불교와 한국 불교, 개신교의 시간이 차례로 쌓여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종교 건축물이 아니라 목포의 근현대사를 그대로 지나온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부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작은 창문과 오래된 건축 구조를 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100년이라는 시간이 느껴졌습니다.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오래된 공간만이 줄 수 있는 담담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과거의 흑백사진과 현재의 컬러사진을 함께 배치한 전시였습니다.

아이들도 두 사진을 번갈아 보면서 예전 건물과 지금의 거리를 비교했습니다. 설명을 길게 하지 않아도 과거에는 어떤 모습이었고 현재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역사여행에서는 이런 전시 방식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속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서 있는 공간과 연결된 역사로 쉽게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차갑고 묵직했던 목포근대역사관 2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건물을 활용한 목포근대역사관 2관이었습니다.

 

목포근대역사관2관
석조건물로 된 목포근대역사관 입구모습

 

1관에서 걸어서 약 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어 뚜벅이 여행 코스로도 부담이 없었습니다. 1관 주변은 전용주차장이 없어 주차가 다소 불편했는데, 상황에 따라 2관 주변에 주차하고 걸어가는 방법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1관과 달리 2관은 회색 석조 건물이었습니다. 외관부터 단단해 보였고, 조금은 차갑고 묵직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토지와 자원을 빼앗았던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건물이었습니다. 당시 건물의 모습을 최대한 복원해 100여 년 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다고 합니다.

동양척식주식회사는 일본인의 조선 이주와 정착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의 토지를 빼앗고 일본인 이주민에게 나누어 주며 식민지 수탈을 확대했던 기관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일제의 식민지 경영을 상징하는 ‘괴물회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1층에는 일제강점기의 수탈 과정과 당시 목포 시민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전시가 마련돼 있었습니다. 건물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금고도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의 분위기를 더욱 실감 나게 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것은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을 향해 공을 던지는 체험 게임이었습니다. 공을 정확하게 맞혀 건물을 무너뜨리겠다며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시간을 보냈고, 2층에서 다시 내려왔을 때 다시 한번 더 했습니다.

2층에는 목포 지역 독립운동의 준비 과정과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목포에 이렇게 많은 역사적 기록과 독립운동 자료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게 됐습니다.

목포는 쌀과 목화, 수산물을 빼앗겼던 수탈의 항구였지만, 가혹한 상황에서도 만세운동과 소작쟁의, 노동운동을 이어간 저항의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세 장소를 모두 둘러보고 나니 목포는 제게 전혀 다른 도시가 됐습니다.

이전에는 오래되고 조금은 정체된 도시라고 생각했지만, 역사를 알고 걸으니 평범해 보이던 건물과 골목 하나하나가 의미 있게 다가오네요.  목포 원도심은 주요 역사 공간이 가까이 모여 있어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기 좋습니다. 특히 아이와 함께 방문한다면 교과서 속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실제 건물과 공간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바다와 음식만 보고 돌아가기보다 원도심 골목을 걸으며 목포의 시간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번 길을 이어 경동성당과 목포진, 원도심의 오래된 골목과 이국적인 근대 건축물들을 조금 더 걸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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