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친정부모님이 우리 집에 오시면 꼭 한 번씩 들리시는 곳이 순천에 있는 선암사와 송광사입니다. 특히 친정어머니는 이곳은 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셨습니다. 가까이 살고 있는 저는 오히려 가볼 생각을 안 했는데요. 왜 부모님이 오실 때마다 이곳을 찾는지 궁금했습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오래간만에 남편과 휴가를 하루 내서 두 곳을 한번 가 보기로 했습니다. 조계산의 숲과 계곡을 걸으면서 여름의 기운을 느끼고자 했습니다.
1. 계곡물 소리 따라 걷는 여름 선암사
선암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으면 비포장 도로가 나와서 걷게 됩니다. 조금 걸어서 올라가니 예전에 방문했을 때 보았던 승선교가 나타나더군요. 오랜만에 보니 반가운 느낌과 예전에 받은 느낌이 살아났습니다. 아치형 돌다리 밑으로 계곡밀이 흐르면서 주변의 나무까지 잘 어우러져서 풍경이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이름이 승선교라서 아마도 그 위를 걸으면 진짜 내가 신선이 될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요. 이번 방문은 여름에 했기 때문에 살짝 무더웠습니다. 하지만 올라가는 내내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고 사람들 몇 명이 발을 감 그고 쉬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저도 발을 살짝 넣어봤는데 어찌나 시원하던지 더위가 쏘가 사라졌습니다.
선암사는 봄에도 유명해서 꽃구경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여름에도 색다른 풍경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네요. 특히 배롱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동에 있는 우리 집 마당에도 배롱나무를 심어뒀는데 선암사의 배롱나무와는 크기부터 다르더군요. 남편이 배롱나무를 보더니 부러워했습니다. " 우리 집 배롱나무도 저만큼 크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유명한 삼층석탑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도 인상깊었던 해우소도 한번 봤습니다. 제법 예전에 온 곳이라서 기억이 날까 했는데 막상 와보다 기억이 새록새록 나더군요. 부모님들이 왜 이곳을 한 번씩 찾으셨는지 알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2. 법정스님의 길을 따라 걸어본 송광사
이번에는 송광사로 갔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찍고 가니 식당이 여러개 나왔습니다. 주차장옆으로 음식점들이 많이 있었고 주차장이 넓게 나타나더군요. 남편과 같이 간 곳이 평일이라서 그런지 주차장은 제법 여유로웠습니다. 송광사로 들어가는 길은 걷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됩니다. 계곡물이 흐르고, 중간중간 새소리가 들리고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까지 더해져서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법정스님이 머물렀던 불일암이 있는데 이 길이 그곳과 연결된다는 이야기에 제 마음이 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선암사도 좋았었는데 송광사의 풍경이 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맑은 계곡물이 돌다리 아래로 흐르고 있는데 사찰 주변에 이런 물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예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남편이 갑자기 기왓장에 가족이름을 올리자고 했습니다. 저는 불교신자가 아니라서 크게 관심이 없는데 남편은 가족 이름을 정성스럽게 썼습니다. 평소 이런 걸 하는 사람은 아닌데 절에 오니 마음이 숙연해지고 편안한 기운을 느꼈나 봅니다. 송광사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고향수라는 나무였습니다.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지팡이를 꽂아두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나무인데, 이야기를 알고 바라보니 말라 있는 나무가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근처에 세월각, 척주당 같은 아담한 건축물도 나왔고, 건축물에 관심이 많은 남편은 대웅보전 앞에서 감탄을 했습니다. 지붕이 여러 방향으로 이어진 모습이 독특하고 화려하다고 여러 번 말했습니다.
3. 선암사와 송광사, 같은 조계사이나 다른 느낌
하루에 두곳을 가보니 조금 힘든 느낌은 있었지만 상대적인 비교가 가능해서 좋았습니다. 두 곳의 공통점을 말하라고 한다면 선암사와 송광사 모두 절에 도착하기 전 산책로가 좋습니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데 나무 그늘 아래를 걷기도 하고 계곡물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한여름인데도 전혀 답답하지 않았고 자연 속에서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분위기는 많이 다릅니다. 선암사는 승선교와 삼층석탑, 오래된 문화재를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있더군요. 봄에는 아마도 꽃구경으로 유명하고 여름에는 계곡과 배롱나무가 더해져서 계절마다 방문하면 다른 재미가 있어 보입니다. 반면에 송광사는 개인적으로 물과 사찰이 어우러지는 풍경과 조용한 산책길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고향수나 적은 전각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한번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더군요. 처음에는 사찰이 거기서 거긴데 부모님이 이곳들을 자주 들리시는 이유를 몰랐습니다. 이번에 남편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보니 이해가 되더군요. 특별한 체험을 하는 곳은 아니고, 우리처럼 도시에서 늘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좋은 시간이 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순천에서 조용하게 걷는 곳을 찾거나 조계산 트레킹과 사찰여행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선암사와 송광사를 각각 여유롭게 걸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됩니다. 다음에는 부모님과 같이 이 길을 한번 걸어보도록 시간을 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