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은 몇 년 전 하동에 집을 짓고 주중에는 도시에서, 주말에는 하동에서 시간을 주로 보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3월이 되면 구례에서 하루를 숙박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동에서 차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일부러 짐을 챙겨 숙소를 잡고 하루를 머물곤 합니다. 구례의 봄은 단지 지나가는 하나의 계절이라기보다는 잠시 머물면서 온전히 아름다움과 향기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편과도 늘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이번 봄에도 구례에서 하루 자고 올까?"라고 묻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3월의 1박 2일은, 저희 가족에게는 어느새 하나의 계절 습관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1. 첫째 날, 구례를 느끼는 시간
저희 가족은 보통 점심 무렵 구례에 도착합니다. 너무 일찍 움직이면 오히려 일정이 바빠지고, 늦으면 하루가 짧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첫 코스로는 화엄사를 자주 찾습니다.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시간대를 조금만 잘 맞추면 의외로 한적하게 걸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특히 3월의 화엄사는 꽃이 만개하기 직전의 여백이 있어 더 좋습니다. 돌계단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우리의 걸음 속도를 변화시킵니다. 화엄사를 둘러본 뒤에는 간단히 식사를 하고 숙소로 이동합니다. 구례는 화려한 리조트보다는 조용한 숙소가 더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저희가 머물렀던 곳 중에서는 쌍산재 한옥스테이 같은 공간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마루에 앉아 있으면 바람 소리만 들리고,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차분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늘 도시에만 살던 아이들에게 여기서 자는 하루는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또 지리산 자락에 있는 소규모 한옥 숙소나 펜션들도 좋았습니다. 창을 열면 바로 산이 보이고, 저녁이 되면 주변이 금방 조용해지는 그런 공간들이 이 지역과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요즘은 숙소 대신 캠핑장을 찾는 분들도 많습니다. 구례와 하동 사이에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괜찮은 캠핑장이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섬진강을 따라 자리 잡은 평사리 캠핑장 쪽은 강 바로 옆에서 머물 수 있어서 아침 풍경이 특히 좋습니다. 또 지리산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지리산 노고단 근처 캠핑장들처럼 숲 속에 자리 잡은 곳들도 있어, 훨씬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폐교를 개조해서 만든 캠핑장도 있으니 가족들의 취향대로 선택하면 좋습니다. 다만 꽃이 만개하는 주일에는 예매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며 느낀 건 캠핑도 이 지역과 꽤 잘 어울린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사람이 많은 오토캠핑장이 아니라, 규모가 작은 곳일수록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면 일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장난치며 자유롭게 놀고, 저희 부부는 맥주한잔을 마시며 하루를 정리합니다. 여행이지만 집처럼 쉬는 시간이 있어야 다음 날이 더 좋아집니다.
2. 둘째 날, 섬진강과 함께 시작하는 아침
둘째 날은 조금 일찍 하루를 시작합니다. 구례에서 아침을 맞이할 때는 섬진강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른 시간의 섬진강은 사람도 거의 없고, 물 위로 옅게 올라오는 물안개 덕분에 훨씬 고요한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걷다 보면,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시간이 자연스럽게 흐릅니다. 아이들은 돌을 던지며 수제비 경주를 합니다. 저는 강을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서 있기도 합니다. 텀블러에 커피 한잔을 담아서 가면 더욱 좋습니다.
이후에는 간단히 아침을 먹고 산수유마을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다만 중심 축제 구간보다는 조금 떨어진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꽃이 꼭 만개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조금 덜 핀 상태의 조용한 풍경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들이 있다면 섬진강 어류 생태관을 방문해서 섬진강의 생태계를 느껴보는 것도 좋습니다.
3. 3월 구례 여행을 더 잘 즐기는 방법
① 숙소는 ‘조용함’을 기준으로 선택하세요
한옥, 소규모 펜션, 또는 자연 속 캠핑장처럼 주변 환경이 조용한 곳이 여행의 만족도를 크게 좌우합니다.
② 일정은 단순하게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화엄사, 섬진강, 산수유마을 정도로 여유 있게 구성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요즘은 산수유, 매화, 벚꽃축제가 거의 겹쳐 있습니다. 보기 원하는 꽃의 종류에 맞춰서 일정을 잘 맞추면 좋습니다.
③ 사람을 피하려면 시간대를 활용하세요
오전 시간대를 중심으로 움직이면 훨씬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합니다.
구례는 당일로 다녀와도 충분한 거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굳이 3월달쯤 하루를 머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곳의 봄은 잠시 머물러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용한 숙소에서 보내는 밤, 섬진강을 따라 걷는 아침, 그리고 아이들과 나누는 작은 대화들까지. 이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구례는 저희 가족에게 조금 더 특별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아마 올해도, 그리고 내년에도 우리는 다시 이곳을 찾게 될 것 같습니다.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봄이 시작되는 그 느낌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