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는 하동에 우리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전, 참 많은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특히 건축물에 관심이 많은 남편은 집을 볼 때도 단순히 예쁜지보다 그 땅과 잘 어울리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었습니다.
그 시기에 자주 찾았던 곳 중 하나가 구례 예술인마을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조용한 마을 산책 정도로 생각했지만, 남편은 마을의 건축물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며 우리 집을 지을 때 참고하고 싶은 부분들을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 같았습니다.
1. 집을 짓기 전 남편과 함께 걸었던 구례 예술인마을
구례 예술인마을은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이평리 일대에 자리한 마을입니다. 지리산 자락을 따라 집들이 놓여 있어, 평지에 반듯하게 조성된 마을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저희 부부가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는 하동에 집을 짓기 전이었습니다. 남편은 그때부터 집에 대한 기준이 분명했습니다. 단순히 크고 화려한 집보다, 땅의 높낮이와 주변 풍경을 거스르지 않는 집을 좋아했습니다.
마을 길을 걷다 보면 집마다 모양이 다르고 사용하는 소재도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집은 노출 콘크리트가 눈에 들어오고, 어떤 집은 목재와 금속 외장재가 지리산 풍경과 어울려 보였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그냥 “집들이 참 독특하네” 정도로 봤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하나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이 집은 경사를 잘 살렸다”, “저 집은 담이 낮아서 마을 전체가 정원처럼 보인다”, “창을 저 방향으로 낸 이유가 있겠네” 하며 계속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건축을 전문적으로 알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남편의 설명을 들으며 걷다 보니 집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집은 벽과 지붕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집에서 바라보게 될 풍경까지 함께 설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저희는 마을을 천천히 걸으며 “우리 집 거실에서는 어떤 풍경이 보이면 좋을까?”, “마당은 너무 꾸미지 말고 자연스럽게 두면 어떨까?” 같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대화들이 훗날 하동 집을 짓는 데 작은 기준이 되어주었습니다.
2. 쑥부쟁이와 예술가의 집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
구례 예술인마을을 떠올리면 건축물과 함께 쑥부쟁이가 생각납니다. 쑥부쟁이는 지리산 자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꽃이지만, 이 마을에서는 하나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길가에 피어 있는 쑥부쟁이를 보며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흔한 꽃도 어떤 이야기를 품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어.” 아이들은 그 말을 얼마나 깊게 이해했는지 모르지만, 저는 그날 그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다 보면 유명한 장소보다 작은 장면이 더 오래 남을 때가 있습니다. 화려한 꽃밭은 아니었지만, 길가에 조용히 피어 있던 쑥부쟁이는 예술인마을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습니다.
마을의 옛 이름과 돌밭 이야기, 예술가들이 이곳에 모여 집을 짓고 작업을 이어왔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니 쑥부쟁이가 그냥 들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피어나는 꽃이라는 점이 이 마을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방문했을 때 마을에는 조용한 기운이 있었습니다. 관광지처럼 북적이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안을 조심스럽게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작가님이 돌담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던 장면도 기억납니다. “이 돌담은 제가 하나하나 쌓은 거예요”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말에서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그냥 예쁜 돌담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과 시간이 쌓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그 장면은 좋은 배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예술이 꼭 미술관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집의 담장, 마당, 길가의 꽃, 사람이 사는 방식 속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3. 구례 예술인마을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
구례 예술인마을은 일반 관광지라기보다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작업하는 마을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방문할 때는 조용히 걷고, 개인 주택이나 작업실 안으로 무단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도 마을을 걸을 때 가능한 한 조용히 둘러보려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여기는 누군가의 집이기도 하니까 큰 소리로 뛰어다니면 안 돼”라고 미리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예술인마을의 매력은 빠르게 사진만 찍고 나오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집과 길, 담장과 정원, 산자락이 어떻게 어울리는지 천천히 보는 데 있었습니다. 건축이나 정원에 관심이 있다면 더 오래 머물게 되는 곳입니다.
저희 남편은 특히 마을 입구 쪽의 한 건물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경사 지형을 억지로 깎지 않고, 높낮이를 살려 공간을 나눈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했습니다. 밖에서만 본 것이지만, 창의 방향과 낮은 담장, 처마의 선까지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나중에 저희가 하동에 집을 지을 때도 그때 보았던 장면들이 자주 대화에 올랐습니다. 담을 너무 높이지 않는 것, 풍경이 보이는 창을 생각하는 것, 집이 땅 위에 너무 튀지 않게 놓이는 것 같은 부분들이었습니다.
구례 예술인마을은 지리산 치즈랜드나 구만저수지 산책로와 함께 묶어 다녀오기에도 좋습니다. 다만 마을 프로그램이나 행사는 시기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구례군 관광 안내나 관련 공지에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구례 예술인마을 방문 정보 요약
| 구분 | 상세 내용 | 방문 팁 |
| 위치 |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이평리 일대 | 지리산 치즈랜드 인근과 함께 둘러보기 좋음 |
| 마을 특징 |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마을 | 실제 거주 공간이므로 조용한 관람 필요 |
| 볼거리 | 개성 있는 건축물, 돌담, 정원, 마을길 | 건축과 산책을 좋아하는 분께 적합 |
| 상징 | 쑥부쟁이와 지리산 자락의 자연 풍경 | 계절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짐 |
| 주의 사항 | 사유지 무단 출입, 고성방가, 과도한 촬영 자제 | 작가와 주민의 생활 공간 존중하기 |
| 연계 코스 | 지리산 치즈랜드, 구만저수지, 구례 산수유마을 | 가족 드라이브 코스로 묶기 좋음 |
하동의 굽이진 길을 지나 도착했던 구례 예술인마을은 저희 부부에게 단순한 여행지 이상이었습니다. 남편은 건축의 방향을 보았고, 저는 쑥부쟁이처럼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마을의 분위기를 보았습니다.
집을 짓기 전 남편과 함께 마을 길을 걸으며 나누었던 대화들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 집 거실에서는 저 산자락이 어떻게 보일까?”, “우리도 정원에 들꽃을 자연스럽게 두면 좋겠다” 하던 말들이 모여 지금의 하동 집에도 조금은 스며든 것 같습니다.
구례 예술인마을은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집과 자연, 예술이 어떻게 함께 놓일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삶의 여백이 필요하거나 집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싶을 때, 조용히 걸어보기 좋은 마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