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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여행 예술인 마을 : 현대건축과 예술가들의 캔버스

by ssjgfamily 2026. 3. 23.

저희 부부는 하동에 우리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전, 참 많은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특히 건축물에 관심이 많은 남편은 "집은 단순히 비바람을 피하는 곳이 아니라, 그 땅의 숨결과 사는 사람의 철학이 만나야 한다"는 확고한 기준이 있었지요. 그런 우리 부부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곳이 바로 구례군 산동면에 위치한 '구례 예술인마을'이었습니다. 화엄사나 운조루 같은 고택이 수백 년 전 선조들의 나눔과 지혜를 말해준다면, 이곳은 현대의 예술가들이 지리산의 경사지를 어떻게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건축 전시장입니다. 하동과 구례인근에 이런 지리산 자락에서 고택, 사암, 현대건축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여행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척박한 돌밭 예술: 마을의 탄생과 쑥부쟁이의 철학

구례군 산동면 이평리에 위치한 이 마을은 본래 농사조차 짓기 힘든 척박한 돌밭이었습니다. 마을의 옛 이름인 '듬돌'은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는 힘겨루기에서 유래했을 만큼, 땅 자체가 거칠고 투박했지요.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이 버려진 땅에 '예술'로 싹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돌을 골라내고 지형을 살피며 집을 짓기 시작한 지 20여 년, 이제 이곳은 30여 가구의 예술가가 모여 사는 대한민국 대표 예술인 공동체가 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합니다. 

이 마을을 관통하는 상징적인 키워드는 바로 '쑥부쟁이'입니다. 지리산 자락 어디에나 흔하게 피는 들꽃이지만, 이 마을 사람들에게 쑥부쟁이는 남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최근 구례군과 마을 예술가들은 이 소박한 들꽃을 테마로 '쑥부쟁이 노래'를 만들고 관련 캐릭터와 콘텐츠를 개발하며 마을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구례 쑥부쟁이는 단순한 꽃을 넘어 지역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쑥부쟁이 머핀, 쿠키 같은 먹거리부터 예술가들이 직접 참여한 디자인 굿즈까지 만들어 구례만의 특색을 만들고 있습니다. "화려한 장미보다 척박한 땅에서도 꿋꿋이 피어나는 쑥부쟁이가 우리 마을과 닮았다"는 작가들의 말처럼, 예술인마을은 지리산의 야생미와 인간의 창조력이 결합된 독특한 공간입니다. 저희 가족이 방문했을 때 길가에 수줍게 핀 쑥부쟁이를 보며, "이런 흔하게 보이는 꽃과 풀들도 어떤 스토리를 가지냐에 따라 다르게 판단한단다."라고 아이들에게 일러준 기억이 납니다. 

2. 현대 건축의 향연: 남편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축물들

예술인마을의 가장 큰 묘미는 건축물들이 다 특색이 있다는 것입니다. 마을 길을 걷다 보면 노출 콘크리트, 징크, 목재 등 다양한 현대적 소재들이 지리산의 초록빛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룹니다. 그중에서도 남편의 발길을 오랫동안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던 건물이 마을 제일 입구에 있는 건물이였습니다. 남편은 평소에도 "진정한 현대 건축은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 건물이 남편이 생각하는 좋은집이였나 봅니다. 이 집은 경사 지형을 깎아내지 않고 오히려 그 높낮이를 이용해 공간을 켜켜이 쌓아 올린 구조가 인상깊었습니다. 담이 낮게 둘러쳐져 자연과 어울리게 만들어졌고 두 개의 건물이 따로 있었지만 별개인 듯 합친 듯 이어진 모습도 좋았습니다. 비록 내부에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밖에서 보이는 커다란 통창은 지리산의 풍경과 햇살을 그대로 안고 있음이 분명했습니다. 
남편은 그 건물의 벽면 질감과 처마의 각도를 유심히 살피며 한참 동안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담장이 없어서 이 마을 전체가 마치 자신의 정원인 듯 어우러져있네", "처마끝이 깔끔하고 물받이가 달려있지 않은데 나도 집 지으면 이렇게 할 거야"라고 말하면서 신나 했습니다. 저희가 하동에 집을 꾸밀 때 이때 느꼈던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습니다. 건축은 단순히 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볼 풍경의 범위를 정하는 일임을 우리 가족은 이미 알고 있는 셈이지요.


3. 최근 3년의 기록: 소통하는 마을과 '작가와의 산책'이 주는 호응

예술인마을은 단순히 작가들이 숨어 지내는 은둔의 장소가 아닙니다. 특히 최근 3년간 진행된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들은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가장 호응이 좋았던 이벤트는 단연 '오픈 스튜디오''작가와 함께하는 마을 산책'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닫혀 있던 작가들의 내밀한 작업실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정원에서 직접 내린 차를 마시며 작품의 탄생 비화를 듣는 경험은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구례 쑥부쟁이 축제'와 연계하여 마을 광장에서 작은 음악회와 프리마켓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인위적인 대규모 축제와는 달리, 주민들이 직접 만든 소품을 팔고 마을의 역사를 들려주는 방식이라 만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저희 가족이 방문했을 때도 한 작가님께서 "이 돌담은 제가 하나하나 쌓은 거예요"라며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보는 관광'에서 '느끼는 여행'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마을 곳곳에 배치된 조각 작품들과 벽화들은 지리산의 사계절과 어우러져 매 순간 다른 표정을 짓습니다. "예술은 박물관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먹고 자는 집 안에 있어야 한다"는 마을의 모토처럼, 예술인마을은 방문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예술로 가꾸고 싶다는 강렬한 동기를 부여합니다.

  • 위치: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이평길 일대 (구례 예술인 듬돌마을)
  • 올라가는 방법: 지리산 치즈랜드 바로 인근에 위치해 있어 내비게이션에 '구례 예술인마을'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마을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서 산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 에티켓 준수: 이곳은 전시장이기 이전에 주민들의 실제 거주지입니다. 사유지에 무단으로 들어가거나 통창 가까이서 내부를 들여다보는 행위, 고성방가는 절대 금물입니다.
  • 함께 가기 좋은 곳: 마을 바로 아래 구만저수지 산책로와 지리산 치즈랜드를 묶으면 '현대 건축-자연-동물 교감'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가족 코스가 됩니다.

하동의 굽이진 길을 지나 도착했던 구례 예술인마을은 우리 부부에게 단순한 여행지 그 이상이었습니다. 예술인 마을에서 보았던 간결한 선들과, 길가에 강인하게 피어난 쑥부쟁이의 생명력은 이제 우리 하동 집의 기둥과 창문마다 보이지 않는 영감이 되어 스며들어 있습니다. 집을 짓기 전, 남편과 함께 마을 길을 걸으며 나누었던 수많은 대화들. "우리 집 거실에서는 저 산자락이 어떻게 보일까?", "우리도 쑥부쟁이 같은 들꽃을 정원에 심어볼까?" 그날의 속삭임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 집이 완성되었습니다. 화려한 꽃축제의 소음보다, 예술가들의 진심이 담긴 건축물 사이를 걷는 고요한 시간이 저희 가족에게는 훨씬 더 향기로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도 인생의 새로운 집을 꿈꾸거나 삶의 여백이 필요할 때, 지리산의 품 안에서 예술이 꽃핀 이곳으로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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